Interview: 김진우 연세대 교수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품질 만능주의가 대세였다. 좀 투박해도, 다소 거칠어도 품질이 좋고 기능이 우수하면 기업도 소비자도 그러려니 했다. 시대가 변했다. 감성이 떠올랐다. 이제는 오히려 품질이나 기능이 좀 떨어져도 디자인이 매력적이거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제품들이 이목을 끈다.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고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은 기업에 무시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감성에 주목하고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들에 오랫동안 소비자 경험을 연구하고 관찰해 온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예술작품을 접하며 느끼는 이상적인 경험을 목표로 삼고 소비자 경험을 구성하는 감성 및 다른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꼼꼼히 분석하라”고 조언한다. 김진우 교수를 만나 감성의 특징과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들었다.
최근 기업이 전략을 짜거나 실행에 옮길 때 감성이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
감성은 사실 사람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면서 받게 되는 경험의 한 부분이다. 소비자 경험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과거에는 워낙 감성적인 부분이 다뤄지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중요하게 떠오르다보니 감성이 소비자 경험의 전부인 것처럼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난5∼10년 사이에는“품질은 이제 됐고 감성만 충족시키면 된다”는 식의 주장도 들린다. 지나친 착각이다.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모든 아웃풋(output)을 경험이라고 할 때 그것은 여러 종류의 실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는 실타래와 같다. 감성은 그중 하나의 실일 뿐이다. 그것만 뽑아내서‘이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이것만 충족되면 이 제품은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감성 그 자체를 잘 파악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경험을 구성하는 다른 요인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강조되고 어떤 점이 소멸하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감성이 기존에 별로 다뤄지지 않았던 분야로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감성을 잘 활용하려면 감성이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감성을 파악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가장 헷갈리는 요소가 미적 인상이다. 감성과 미적 인상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핸드폰을 보고‘멋있다’라고 생각했다면 이때 멋있다는 속성은 핸드폰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적 인상이다. 반면 감성이라는 것은 내가 이 핸드폰을 보고서 기쁘거나 즐겁거나 흥미진진하거나 흥분되는 등 내 안에서 감정적으로 뭔가 변화가 있을 때 나오는 단어다. 상대방을 보고 호감이 간다든지, 날씨가 꾸물꾸물하니 어디 가서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면 좋겠다고 느낀다든지, 소위 말하는 정취나 무드도 감성이다. 일반적으로 감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얘기되는 감성에서는 미적 인상만 다룰 때가 많다. 이것을 먼저 구별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감성을 중요하게 다룬다고 할 때 두 가지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첫째는 감성이 전체 소비자 경험의 일부이며 다른 요인들과 상호 작용을 통해 제3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고 둘째는 감성이 미적 인상과 구별되는 별개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감성과 상호 작용하는 요인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품질이다. 일반적으로 품질은 감성과 상충 관계에 있는 것으로, 즉 품질이 좋으면 감성이 떨어지고 감성을 강조하면 품질이 저하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이후 학계에서도 디자인과 사용성이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개념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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