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게임 산업의 성장은 단순히 온라인 기반의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매개로서 사람들의 결핍과 욕구를 채워 주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맞은 콘솔게임의 대표주자인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바카라;동물의 숲’은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편,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주변과 나누고 자랑하고 싶은 과시와 연결의 욕구를 건드린다. 또 비대면 상황에서 관객층을 확장하고 있는 e스포츠도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상호작용을 촉발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게임 비즈니스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 같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제품과 고객의 공진화(co-evolution)에 있다.
코로나 시대의 욕구를 반영한 게임
게임은 비대면 시대에 성장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다. 게임 분야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0년 2월 전 세계 모바일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는 40억 건을 돌파해 작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앱 다운로드 건수가 2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게임의 놀라운 성장세를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 감염 위험으로 PC방이 주춤한 사이 콘솔게임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 인기를 끈 콘솔게임은 사람들의 결핍을 파고들었다. 콘솔게임 열풍을 대변하는 닌텐도 스위치의 온라인바카라;동물의 숲’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숲은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 불린다. 남을 이기기 위해 돈을 내고 애써야 하는 과금형 게임에 질릴 무렵 출시된 이 게임은 코로나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경쟁자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걱정하고,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아이템에 수십만 원씩 쏟아붓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동물의 숲에서는 그저 마을의 동물들과 대화하고 농사를 짓거나 쉬면 된다. 일종의 방치형 게임인 셈이다. 사과를 따고, 낚시하고, 밤하늘을 보는 아기자기한 액션과 힐링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다. 이처럼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던 이들이 게임 자체의 즐거움을 찾게 되면서 소소한 재미를 위한 노하우를 수십 년간 쌓아온 닌텐도의 콘솔이 각광받게 됐다.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시대가 왔다는 증거다.
또한 동물의 숲은 온라인바카라;욕구의 게임’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이 게임은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재된 욕구를 건드렸다. 동물의 숲에서 만든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함께 플레이하는 지인들에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다. 마치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인 싸이월드처럼 자기가 꾸민 공간을 타인과 비교하고 온라인바카라;관계성’ 속에서 즐기는 콘텐츠인 것이다. 아무리 섬을 잘 꾸며도 남이 봐주지 않으면 재미가 줄어든다. 동물의 숲에서 벌어지는 콘테스트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코로나 때문에 자신을 밖에서 과시하기 어렵고 타인과도 관계 맺기 힘들다는 제약 속에서 동물의 숲은 이런 억눌린 욕망을 해결해 줬다.
그 결과 동물의 숲은 일본에서만 출시 후 3일 동안 188만 장이 판매됐고, 영국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게임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3월 한 달에는 무려 500만 개가 판매돼 콘솔게임 사상 월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당일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졌고, 응모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에 나선 이마트의 사이트가 구매권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다운되기도 했다.
위정현jhwi@cau.ac.kr
- 중앙대 온라인바카라학부 교수 - UCLA Visiting Professor, Brighton University International Visiting Fellow, - 콘텐츠온라인바카라연구소장, - 일본 온라인게임부회 부회장, 한국전략온라인바카라학회 이사, 한국게임학회 고문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