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거울
Article at a Glance -인문학
과시욕과 오만함은 최고 엘리트 집단의 고질병이다. 이 병의 근원은 어처구니없게도‘분노’다. 최근 화제가 된‘땅콩 회항’이나‘라면 상무’사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리스의 알키비아데스와 로마의 코리올라누스는 모두 탁월한 장군이자 조국의 수호자였다가 나중에 각각 아테네와 로마의 배신자가 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알키비아데스는 타고난 과시욕을 억제하지 못했고 코리올라누스는 오만한 성격을 주체하지 못한 탓에 화를 입었다. 그리스와 로마 영웅의 면모를 비교하던 플루타르코스는 이 두 사람의 사례를 본받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로 소개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마음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면 자신을 한번 돌아봐야 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군자의 자세다. |
편집자주
고전의 지혜와 통찰은 현대의 지성인들에게 여전히 큰 교훈을 줍니다. 메디치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과 마키아벨리 연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군주의 거울’을 연재합니다. 인문학 고전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통찰력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과시욕과 오만한 성격을 가진 엘리트
옛날보다 그 맹위가 덜해지긴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는 최고 엘리트 그룹은 경기고, 서울대 출신들입니다. 일제 강점과 한국 전쟁의 여파로 한국 사회의 신분계급이 급속도로 해체되면서 학력이 엘리트 계급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지금도 이른바‘슬롯사이트 볼트 추천Y’로 불리는 명문 대학이나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이 난공불락(難攻不落)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엘리트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창력이 좀 떨어져도 서울대 출신 가수라면 뭔가 심오한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들리고 연기 실력이 엉터리라 해도 서울대 출신의 예쁜 여배우는 용서가 되는 법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학벌 중심의 교육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슬롯사이트 볼트 추천Y로, 또 죽어도 서울대에 입학하겠다는 학생들로 대입학원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이미 많은 한국의 상류층 자녀들은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직행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대단히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과시욕과 오만한 성격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최고 엘리트 집단의 고질병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다수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엘리트 병’에 걸려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가깝기 때문에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부리는 과시욕과 오만한 성격은 일반적인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성취한 눈부신 성공과 막대한 부의 축적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결국 본인의 과시욕과 결합하게 됩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졸부들의 행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엘리트들이 오만한 성격 탓에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까? 집안이 좋은 사람들, 엘리트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타고난 머리 때문에 좋은 대학을 다닌 사람들, 뒤에서 밀어주는 선배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 사람들, 재벌가의 자녀들, 그래서 남들이 이룩하지 못한 권력과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대개 오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라면 상무’나‘땅콩 회항’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은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도 폭언을 퍼붓고 인격적인 모욕을 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런 실수를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그런 실수를 하는 직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만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합니다. 그들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까지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현상은 이런 안하무인의 엘리트일수록 자신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무시와 경멸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로 나타나는데 사실 그 이유는 본인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마음속 분노 때문입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분노가 크면 클수록 감정의 폭발은 더욱 거칠게 나타납니다.
엘리트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 즉 과시욕과 오만한 성격,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왜 집안도 좋고,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명문대학을 다녔고, 높은 지위나 막강한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오만한 언행을 일삼는 걸까요? 왜 이들에게서 마음의 분노는 가시지 않는 것일까요? 플루타르코스의<영웅전에 등장하는‘알키비아데스VS.코리올라누스’편은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수아 앙드레 빈센트‘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 1776년 작품, 프랑스 몽펠리에의 파브르박물관 소장
알키비아데스와‘과시욕’
아테네의 악동으로 불리는 알키비아데스는 명문가 출신의 귀족 청년이었습니다. 아테네의 탁월했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친척이었고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잘 생긴 외모로도 유명했던 인물입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던 알키비아데스는‘소년기에도, 청년기에도, 그리고 장년기에도 사랑스럽고 보기 좋았던’인물이었습니다(알키비아데스 편 1절).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그의 자존심은 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 덩치가 큰 소년과 레슬링을 하다가 힘이 부족해서 질 것 같으면 상대방의 팔을 물어뜯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계집아이처럼 문다”고 비난하면 알키비아데스는“아니, 나는 지금 사자처럼 널 물고 있는 거야”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경쟁에 대한 애정과 명성에 대한 갈망”(2절)을 타고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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