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中有訓
편집자주
미술사와 문학, 두 분야의 전문가인 고연희 박사가 옛 그림이 주는 지혜를 설명하는 코너‘畵中有訓(그림 속 교훈)’을 연재합니다. 옛 그림의 내면을 문학적으로 풍부하게 해설해주는 글을 통해 현인들의 지혜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닭과 개가 날다
이 그림의 하단에 푸른 옷을 입은 아이가 팔을 치켜들어 가리킨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허공 저 멀리 너울너울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의 발아래에는 개 한 마리, 닭 한 마리가 함께 날아간다. 이 그림의 왼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회남왕(淮南王) 안(安)이 단약을 먹고 대낮에 하늘로 오르는데, 집안의 닭과 개가 단약솥에 남은 것을 핥아먹고 또한 따라 날아올랐다.”그림의 제목이 이를 말한다. 회남의 닭과 개, 즉‘회남계견(淮南鷄犬)’이다.
단약을 먹고 수백 년을 살았느니, 반도(蟠桃)를 먹고 수천 년을 살았느니 하는 신선 이야기가 많지만 가축까지 신선이 됐다는 이야기는 다시 들어도 우습다. 그런데 이렇게 코믹한 조선후기 영조대 왕실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시화첩<만고기관의 한 장면으로 선정돼 실려 있으니 의아한 일이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회남왕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두루 살펴보면 둘로 갈린다. 대부분의 경우는“어찌 모두 함께 하늘로 올라 구름 밖 달빛 속에 개와 닭 소리 들어볼고”(최립(崔岦), 1539∼1612)라며 삶의 고달픔과 인생의 유한함을 한탄할 때 신선이 된 회남왕을 부러워하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구름에서 우는 개와 닭의 이야기에 눈물이 아롱진다고 한 두보(杜甫)의 시구를 떠올리며“가슴이 몹시 떨려온다”(허필(許佖), 1709∼1761)고 하는 식의 다소 심각한 토로다. 그 당시 사람들은 회남왕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부러워하다가도 문득 이 이야기 속에 가려진 사연을 떠올리며 탄식도 했던 것 같다.
모반자의 아들, 회남왕
개와 닭을 데리고 승천하는 그림 속 주인공‘회남왕 안’은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인 유안(劉安, 기원전179∼122)이다. 유안의 아버지는 유장(劉長)이다. 유장은 한나라 문제(文帝)의 아들로 회남왕(淮南王)에 봉해졌는데 모반(謀叛)을 꾀하다가 발각돼 귀양 가는 벌을 받았다. 유장은 자결했다. 이후 문제는 모반한 유장의 네 아들 모두에게 죄를 묻지 않고 후(侯)에 봉했다. 유안은 회남왕에 봉해졌다.
모반자의 아들이었지만 왕이 됐으니 유안이 조심스럽게 직분에 임했다면 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안은 대단한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신선술을 연구하는 방술사 수천 명을 불러 모아 불로장생을 꿈꾸고 신선술비결서를 베개에 넣어 둘 정도로 방술에 관심이 깊었다. 유난히 뛰어난 여덟 명의 팔공(八公)과는 아주 친밀했다. 유안은 또한 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아<주역의 해석본을 다시 냈고, 산속의 은자들을 부르는 초은(招隱)의 시문을 짓고자 여러 학자들을 불러 시문집을 냈다. 또한 유안은 역사와 전설의 일화와 글이 가득한<회남자(淮南子)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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