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says
Article at a Glance –자기계발
대화의 특성 즉흥성과 불확실성. 즉, 대본을 보면서 연설은 할 수 있어도 대화는 할 수 없는 것처럼 애드립(ad-lib)이 넘쳐나고 대화 결과도 예측할 수 없음.
사람들이 대화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는 이유 자신이 습득한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 남들에게 허세부리고 싶어 하는‘피코킹(peacocking)’이 이유.
보편적인 대화 행동 특성 대화 상대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고 사용하는 어휘도 달라짐. 즉, 매력적인 이성과 대화할 때는 목소리를 낮춰 조용하고 침착한 말투를 사용하려 함. 또한, 남성들은 나이 많은 여성과 데이트할 때보다 나이 어린 여성과 데이트할 때 훨씬 다양하고 난해한 어휘를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임.
인간 = 대화하는 동물
인간은‘대화하는 동물’이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한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사원과 최고경영자(CEO),성과 나이, 직종에 따라 대화의 양과 질이 다르다. 홀로 있을 때도‘자기 대화(self-talk)’를 통해 자신을 다독거리고, 대화를 통해 홀로임을 극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독방 수감을 고문이라고 하는 것도 대화할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을 치유하거나 어린아이의 지능 계발도 도울 수 있다는 건 대화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사회의 핵심이지만 너무 흔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천대받고 있는 것 또한 대화다. 끝없는 대화 속에 파묻혀 살기에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하지만 대화는‘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을 완성해준다.
침묵 대신‘대화가 금’인 시대다. 우리 문화는‘침묵이 금’이라며 침묵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익숙한 우리나라 유학생이 미국 생활에서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대화나 토론에서의 소극적인 태도다. 유학생은 토론 시간에 부처님처럼 묵묵히 앉아 미소만 짓다 날벼락 성적을 받는다. ‘답을 알고 있지만 수업을 방해할까 봐’라고 변명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현실에서 침묵은 무능의 표현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토론식 교육 방식인 하브루타(Havruta)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대화의 중요성 때문이다. ‘말로 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다’는 평범한 진리, 침묵보다는 대화, 그리고 대화도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대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CEO의 대화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CEO다. 그들의 스케줄을 보면 혼자 보내는 시간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 침묵하는 시간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CEO는 하루에 얼마나 대화할까? 대기업과 중소기업CEO의 대화는 차이가 있을까? 또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는 하루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개인이나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인생 대부분을 타인과 함께 보낸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거의10∼13시간으로 조사됐다. 대화하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6∼12시간에 이른다. 10분 내외의 대화가 대부분이지만 대화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주축인 셈이다. (그림1)
그림1CEO는 하루 평균6∼12시간을 대화하는 데 쓴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교수는 지난1975년<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CEO의 모습과 전혀 다른 데이터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CEO가 계획의 수립·추진·통제보다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주장했다. 대화의 부담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랐다. 중소기업CEO는 업무시간의65%,대기업CEO는75%를 대화에 투입했다. 심지어 식사·술 약속도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대화가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 대화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대화 자체가 직업인 화이트칼라나 대화의 비중이 적은 블루칼라도 대화가 직업만족도를 좌우한다. 많은 후속 연구도 이 같은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 대화
중요한 모임이 있거나 이성을 처음 만날 때는 누구나 긴장한다. CEO가 대주주나 바이어를 만날 때는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하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을 처음 만날 때와 유사하다. 하지만 직원이나 가족을 만날 때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또한 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에 부부가 대화에 들이는 투자는 달라진다.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대화에 대한 투자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화는 각본이 없다. 대본을 보면서‘연설’할 수는 있어도 대본을 보면서‘대화’할 수는 없다. 대화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가 바로 애드립(ad-lib),즉 즉흥성이다. 이 점에서 대화는 스포츠 게임과 유사하다. 다른 하나는 대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다. 즉 대화를 시작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대화 도중 온갖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어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두 경쟁상대가 만들어 내는 스포츠 게임처럼 대화도 서로가 만들어 가는 합작품으로 즉흥성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대화의 묘미를 더해준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거나 이성을 만날 때 우리가 잔뜩 긴장하는 것도 각본 없이 애드립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 우리는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대화 주제나 난이도를 카멜레온처럼 조정해야 한다. 대화라는 여행을 하는 사람은 파노라마처럼 변화하는 멋진 풍경에 감동한다. 단조로운 거리풍경이 계속되면 이내 싫증을 느끼고 여행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 말을 반복하면 사람이 질리듯이 대화도 항상 낯선 곳, 경치 좋은 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줘야 하므로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사람들은 대화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는 등 소재 개발에 매달린다. 자신이 습득한 정보나 지식은 대화 소재로 활용돼 자신을‘피코킹(peacocking,허세를 부리며 으스대는 것)’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흥미로운 소재를 올려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대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익을 올리는 블로거도 있다.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전문성도 대화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기술 발달로 소재의 전문성은 쉽게 검증할 수 있다. 대학생은 강의내용을 현장에서 스마트 기기로 검증할 수 있다. 교재에 의존하는 강의는 오래된 지식이 대부분이지만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로 최신 논문을 내려 받아 강의내용을 앞서고 있다. 최신 과학 지식을 게재한 학술저널을 통해 최첨단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허준의<동의보감’을 팔고 있는 셈이다. ‘피 한 방울’이면 수백 가지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최첨단 시대에 여전히 허준의<동의보감을 파는 것을 보면 그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량할 수 있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시대의 지성으로 추앙받던 철학자까지 퇴출당하는 시대에 고전을 이것저것 짜깁기한 지식으로 전문성을 과시하는 대화는 퇴출 대상이다. 대화 소재의 전문성을 즉시 검증할 수 있는 시기에 대화의 전문성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주제다.
수다의 남녀평등
사람은 누구나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사회적으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빈도를 물어보면 항상 여성이 남성보다 말이 많다는 답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남성도 여성처럼 만만치 않게‘수다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2007년 미국 애리조나대의 멜(Mehl)교수팀은 남성 역시 여성만큼이나 수다스럽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깨어 있는 시간(17시간) 동안 남성은 1만5669단어, 여성은 1만6215단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다에서 남녀평등이 확인된 셈이다. (그림2)
그림 2 남성도 여성만큼 수다스럽다
애드립 특성 때문에 대화 과정에서 인간은 카멜레온처럼 변화해야 한다. 카멜레온처럼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대화상대에 따른 목소리와 어휘 구사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우선 목소리 변화에 대한 연구다. 지난2010년 미국 올브라이트대 휴즈(Hughes)교수팀은 대화 상대의 매력에 따라 남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녀 모두 매력적인 이성과 대화할 때는 목소리를 낮춰 조용하면서 침착한 말투로 변신해 좋은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주변에 있는 제3자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림3)
그림 3 상대방의 매력도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사용하는 어휘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어떤 어휘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이나 지능, 즉 교육수준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피코킹(peacocking)의지가 강할수록 다양하고 난해한 어휘구사에 집착하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영국 노팅엄대의 로젠버그(Rosenberg)교수는 어휘구사 수준이 대화 상대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로맨스 상황에서 남성은 상대방이 나이 많은 여성일 때보다 젊은 여성일 때 흔히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더 구사했다. 여성 또한 구사하는 어휘가 이성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이성의 호감을 사기 위해 교육 수준과 지능을 과시할 수 있는 어휘구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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