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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멸종을 부른 아일랜드엘크의 ‘멋진 뿔’

Article at a Glance

아일랜드엘크는 종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과 성(性)선택의 균형이 깨져 종국엔 멸종에까지 이르게 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내부 논리가 외부 논리를 압도하는 상황은 불행을 부른다. 감정적인 평가나 사내 정치와 같은 내부 지향적인 요인이 조직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평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밖에서 통하는 기준이 안에서도 인정받고, 이것이 밖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중세 유럽에서 신성로마제국은 유럽 역사의 한 축을 이루는 존재감 있는 나라였다. 962년에 세워져 1806년까지 844년 동안이나 존속한데다 영토도 넓었다. 지금의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역에 있었던 이 나라는 이름 그대로 기독교를 신봉하는(Holy) 고대로마의 후예(Roman)로서 제국(Empire)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이 이름에 대해 통렬하게 한마디 했다. 신성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로마인이 세운 나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제국이 아니었다고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으나 성스럽지 않았고 로마인이 세운 것도 아니었다. 이 나라의 주축인 게르만족은 지금의 프랑스나 스페인, 영국처럼 로마화된 적도 없어 로마와는 관련이 없다시피 했다. 또 제국은 여러 민족을 잘 리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나라는 주로 독일 지역에 있었던 많은 소국의 합병체였다.

멸종의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이름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1만여 년 전 사라진 아일랜드엘크(Irish Elk)다. 아일랜드엘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일랜드에 살았던 사슴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이 그런 것처럼 아일랜드엘크 또한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아일랜드만이 아니라 서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퍼져 살았고 엘크도 아니었다.1 사슴과에 속하긴 하지만 유럽에서 부르는 엘크와 아일랜드엘크는 인간과 침팬지가 다르고, 태권도와 유도가 다르듯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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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슬롯사이트 볼트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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